티스토리 뷰
최근 노동 관련 소송이 증가하면서, 대화를 몰래 녹음하여 직장서 겪는 부당한 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해 나누는 대화는 몰래 녹음하여 증거로 사용하여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하에서는 당사자로 참여해 나눈 대화에 대해 녹음한 것을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만약 발생한다면 이를 이유로 무단 녹음한 직원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회사 내 무단 녹음에 대한 법적 검토
1. 관련 법령 : 통신비밀보호법
녹음자가 대화의 당사자로 대화에 참여하는 경우, 그 대화의 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경우라도 그 녹음 행위 만으로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동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사람을 형사 처벌하면서 동법 제4조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습득된 증거를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해 나누는 대화에 대해서는 몰래 녹음을 하더라도 이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므로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당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제4조(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제16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자
2. 형사 책임 및 민사 책임
(1) 형사 책임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하여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대화 당사자 간의 대화는 공개된 대화 이므로 대화를 하면서 몰래 녹음을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으나,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 3자가 해당 대화를 녹음하게 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공무원이 사무실에서 상사가 방문자와 대화하는 것을 녹음한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였다.
(2) 민사책임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취하는 행위는 피녹음자의 헌법상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대화 당사자 중 일방이 무단으로 녹음과 촬영을 하고 이를 영화에 공개한 행위에 대해 초상권 및 음성권을 침해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음성권이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 이익형량을 통해 침해행위의 최종 위법성이 가려지는데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행위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피해 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을 고려해야 하고, 무단 녹음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자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회사는 무단녹음 행위에 대해서 근로자를 징계할 수 있을까?
무단녹음이 건전한 직장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는 미리 취업규칙 등에 우리 회사는 건전한 직장질서를 위해 당사자의 동의 없는 무단녹음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같이 주로 두 사람만이 있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무단 녹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이를 입증하기가 곤란합니다. 이 경우, 신고자의 무단 녹음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징계하는 것은 회사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 요합니다. 따라서 무단 녹음을 하지 않으면 입증하기 어려운 사건의 경우,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불법 행위를 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징계 사유로 삼기 어렵습니다.
■ 무단녹음 행위의 징계에 대한 마무리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의 증거 확보를 위해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녹음을 하더라도 헌법상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 하지 않는 경우 민사상 책임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존재 여부를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고, 무단 녹음을 하지 않으면 입증하기 어려운 사건의 경우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직원을 징계처분 하는 것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 요해 보입니다.